web zine 월간 좋은인연 불기 2551(2007)년 11월호 Vol.7,No.82. Date of Issue 1 Nov ISSN:1599-337X 

 

 

 

 

 

 

 

 

 들은 이야기

범수

 살다보면 사실의 진위문제와 관계없이 많은 사연들을 보고 듣는다. 어떤 것은 의도적으로 왜곡된 것도 있는데 악의적이고 고의적으로 만들어 낸 것은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지만, 그 피해는 자못 심각하다. 한편 그런 마음은 아니더라도 무심결에 내 뱉는 말의 여파가 클 때도 있다. 또 의도하지 않은 것일지라도 상황에 따라서는 이득을 보는 쪽과 피해를 보는 쪽이 생길 수도 있다. 그리고 직접보고 들은 것이라도 선뜻 말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전혀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인데, 입은 재앙의 문(口是禍門)이라는 구시화문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매사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말 수가 줄기도 할텐데, 아예 유구무언(有口無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것처럼 해야 할 말이 있을 때는 해야 한다. '입'이 아무리 화의 근원이라지만, 이것은 조심하라는 측면일 뿐 '화'를 '복'으로 바꾸는 것 역시 '말'이다. 그래서 말은 사리와 때에 맞게끔 하면 된다. 사무적인 것이 아니라면 꼭 논리적이지 않아도 무방하다. 모든 표현을 논리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무리이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니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다. 아니 몇 년 동안 무척 말을 많이 한 것 같다. 글을 포함해서 말이다. 그렇지만 세 가지는 항상 지양한다. 첫 째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는 말과 글, 둘째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식의 글과 말. 셋째 근거 없는 것과 책임지지 못하는 글과 말이다. 하여튼 사찰의 특성과 소임을 보는 상황에서는 좀 어렵겠지만, 내년에는 눈만 바빴으면 한다. 그동안 해오던 것의 대부분을 돌이켜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왕래가 많고 또 일이 많으면 그만큼 이야기 꺼리가 많다. 당사자의 보호를 위해 끝까지 함구해야 하는 것말고, 해도 무방할 것 같은 세 가지를 말한다면 다음과 같다. 뭐 특별히 의도하는 방향은 없다.
 첫 번째 이야기. 차만 타면 멀미를 하기 때문에 정말정말 꼭 봐야 할 일이 아니면, 밖에 나가지 않는 분이 계셨다. 절친한 친구 분이 좋은 일로 초청해도 망설인다. 그래서 꼭 가야하고 그러고 싶으면 유숙할 것을 대비해 하루 전 날 길을 떠난다. 그리고 볼 일을 본 뒤 귀가 때도 길이 멀면 도중에 주무시고 오신다. 여기까지가  표면적인 이야기다. 그러나 뒤에 알게 된 사실은 이 일에 대해 좀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무슨 이유와 어떤 인연인지는 모르지만 절에 오래 계셨다. 연세가 있으시고 몸이 점점 더 노쇠해지다보니 편찮으시게 됐다. 그런데 자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모시려 하지 않는단다. 그러는 중 알게 된 것은 현재의 자녀들에게 친모가 아니란다. 결혼을 하셨지만 아이를 가지지 못하신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연결되면서  왜 그렇게 지독스러운 멀미를 하는지 조금 이해가 되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억측일 뿐이다.
두 번째 이야기. 노보살님이 계셨다. 흔히 하는 말로 아주 곱게 늙으신 분이셨다. 말과 행동이 진중하셔서 좋게 보는 분이 많이 계셨다. 들리는 말로는 막내가 죽어서 그 충격 때문에 절에서 지내게 됐다고 한다. 이 역시 처음에는 여기까지만 알았다. 젊은 날 어린 막내를 일찍 잃은 것을 계기로 무상을 느끼고는 흔히 하는 말로 작은 마누라를 구해 앉히고 본인은 절에 와서 계신 것이다. 이 이야기를 하면 반응이 다양하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그분의 삶을 제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 번째 이야기. 연세가 지극하신 분이셨다. 불교대학을 세 군데나 나오셨다며 자신을 좀 알아주기 바라는 그런 분이셨다. 다들 알다시피 절에서 자신을 스스로 내세우는 것은 수행이 덜 된 것으로 치부한다. 그래서 맨 먼저 가르치는 것이 하심(下心)이다. 빈 배에 마음만 높다는 공복고심(空腹高心)의 말뜻을 안다면 무엇을 내세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 줄 알기에 평생을 있는 듯 없는 듯하신 분들이 많으신 것이다. 누가 몰라줘도 서운치 않으며 알아준다고 해서 기뻐하지도 않는다. 아침이면 해가 뜨고 저녁이면 지듯 그렇게 순리대로 지낼 뿐이다. 그런데 연륜이 쌓이신 분이 자신을 알아 달라는 식으로 시쳇말로 설치시니 깝깝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조용한 때를 골라 차를 드리며 대화의 자리를 만들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자신이 부처님과 인연을 들려줬다.
 아주 어릴 때 어머니 따라 절에 가곤 했는데, 자신이 한글을 깨치고 나서는 "애야 애미가 눈이 침침해서 그러는데 네가 대신 이것 좀 읽어 주렴."하시면,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초등학교 1학년 읽기 시간처럼 또박또박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하셨다고 한다. 그렇게 끝나고 나면 합장을 하고는 "고맙습니다."라고 하셨단다. 자기 자식이지만 부처님의 말씀을 했기 때문이란다.

 

 

 

 약속

장남지

노란 은행나뭇잎 길게 늘어선 가을밤,
경주 남산과 만났다

행여 만나지 못할까 그믐달이 마중까지 나왔다

숨을 고르며 한 발 두 발,
은은한 연잎향과 한 때의 풍유를 기억하는 빈 정자가
나에게 귀기울인다

나는 숨이 차고 마음이 아파 차마 말 못하겠다고 하니
흙내음 한 번 맡아보라며 한 모금 권해준다

껍질 두꺼운 소나무에게 시 -이 대는 소나무에게
마른 눈물 흘리며 모두 말했다
그만 울라며 가을 바람이 등뒤로 스친다

내가 나라서 고민이랬더니
바위에 미륵부처님은 마음 아픈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며
언덕 위에 석탑도 혼자라도 괜찮다며

돌아오는 길,
행복해질꺼라며 하늘에 별사탕 몇 개 따다가
호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또 만나자,
약속하며

 

 

 

 다이하드 4.0

강승재

 흔히들 거론하는 추억의 영화들이 있다. 로마의 휴일이나 혹은 록키 같은 영화들. 로마의 휴일은 한편으로 그친 반면에 록키는 시리즈로 이어진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작년 즈음에 록키가 새로 개봉했다. 록키의 원래 주연을 맡았던 실베스타 스텔론이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링에 올라 실제 복싱 선수와 대결을 펼쳤다. 사실 말도 안되는 설정이었지만 록키 특유의 훈련장면이나 경기 장면들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록키는 흥행면에서나 평에서 옛 영광만한 점수를 얻지는 못했다. 시나리오의 부족함 이었거나 스텔론의 치기어린 행동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하지만 스텔론은 지금 람보의 새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록키 말고도 얼마전에 추억을 상기시키는 영화가 한 편 더 개봉했다. 88년에 개봉해서 브루스 윌리스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다이하드 시리즈였다. 95년의 3편을 끝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것 같던 이 영화는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지털 테러라는 주제로 다시 한번 관객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독립기념일 전야, 미국의 모든 인프라를 감시하는 FBI 본부 사이버 범죄부의 컴퓨터 시스템에 누군가가 해킹을 시도한다. 너무나 쉽게 전국의 네트워크 시스템이 마비되고, 미국 전역은 혼란에 빠진다. 이를 지휘하고 있는 것은 전 FBI 멤버인 가브리엘. 그의 목적은 미국을 접수한 후에 금융시스템을 이용해 거액을 손에 넣는 것이다. 하지만 그를 저지하는, 디지털과는 전혀 친하지 않은 형사 존 멕클레인이 그를 저지하기위해 나선다. 50대의 아저씨, 딸과 항상 갈등을 일으키는 평범한 아버지 맥클레인은, 상부의 명령으로 해커인 매트 파렐을 연행하기 위해 그의 아파트를 찾았다가 일련의 테러리스트들과 마주치고 한바탕 혈투를 펼친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기 매트와 손잡고 테러리스트와의 일전을 준비한다.
 때는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거대 빌딩을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던 아날로그 악당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디지털 악당들이 가득 채웠다. 10년의 세월이란 건 세상을 이다지도 바꿔놓는가 보다. 하지만 존 멕클레인은 변하지 않는다. 그에겐 오직 아날로그식의 사고방식과 우격다짐의 진행이 있을 뿐이다. 존의 이러한 행동은 현대인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함과 동시에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다양한 액션들이 난무하는 시대. 스파이더맨이 빌딩숲을 누비고 흡혈귀가 늑대인간과 싸우며 태국의 킥복싱영웅이 현란한 무술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시대에 다이하드는 오로지 기합으로 액션을 이끌어가는 90년대 아날로그 액션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감독인 렌 와이즈먼은 다이하드라는 시리즈를 맡으며 자신의 속에 있는 액션의 욕망을 모조리 드러낸 듯이 보인다. 일단 다이하드 4는 CG(컴퓨터 그래픽)가 거의 없다. 액션은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며 실제 폭파와 실제 충돌 등은 예사로 보여진다. 특히 헬기를 자동차를 이용해 폭파하는 장면은 실제로 자동차와 헬기를 충돌시켜 촬영한 것이며 무려 두달동안 준비한 액션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그리고 아직 죽지 않은(머리는 많이 벗겨졌지만) 브루스 윌리스의 거친 액션 후 터져나오는 특유의 유머들도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CG가 범람하는 요즘, 좀 더 시각적인 화려함을 추구하는 시대에 다이하드가 던지는 아날로그적 메시지는 현대 액션 영화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그건 바로 진정한 액션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시각적 쾌감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일 것이다. 제목마저 의미심장한 다이하드 4.0. 추운계절, 안방을 뜨겁게 달궈 줄 영화로 부족함이 없다.

 

 

受持
讀誦

 

 법구경

편집부

法句經卷上

                                                                                                               尊者法救撰
                                                                                                      吳天竺沙門維祇難等譯
 

 多聞品法句經第三十有九章: 多聞品者。亦勸聞學積聞成聖。自致正覺

 다문품이란, 학문을 권하고 학문을 쌓아 성인(聖人)이 되어 스스로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는 내용.

 가르침을 많이 듣는 것은 가진 것을 굳건히 하고 법을 받드는 것은 보호막이 되며, 부지런한 노력은 허물기 어렵나니 여기서 계율과 지혜 성취된다.

 多聞能持固 奉法爲垣牆 精進難踰毁 從是戒慧成

 많이 듣는 것은 뜻을 밝게 하고, 뜻이 밝으면 지혜가 불어난다. 지혜로우면 이치를 널리 알고 이치를 알고 법답게 행하는 것이 편안하다

 多聞令志明 已明智慧增 智則博解義 見義行法安

 많이 들음은 근심을 없애 주고, 선정으로써 즐거움을 삼으며, 감로법을 잘 설명하고 스스로 열반을 얻게 한다.

 多聞能除憂 能以定爲歡 善說甘露法 自致得泥洹

 많이 들음은 법률을 알게 되어 의심을 풀고 또 바름을 보며, 들음을 쫓아 그른 법을 버리고 불사(不死)에 이르게 된다.

 聞爲知法律 解疑亦見正 從聞捨非法 行到不死處

훌륭한 스승은 도를 나타내어 의심을 풀어주고 학문을 밝게 하며, 또한 청정한 근본을 일으켜 법을 받들어 지니게 한다.

 爲能師現道 解疑令學明 亦興淸淨本 能奉持法藏

 모든 것을 거둬 들이는 것은 이치를 아는 것이니 이치를 알아 구멍이 나지 않고, 법을 받들고 의지하면 이로써 빨리 편안함을 얻는다.

 能攝爲解義 解則義不穿 受法의法者 從是疾得安

 조금 들은 것이 있다 하여 스스로 대단한 체하며 남에게 교만하면, 마치 장님이 촛불을 잡은 듯 남은 비추되 스스로는 밝지 못한 것과 같다.

 若多少有聞 自大以교人 是如盲執燭 炤彼不自明

 높은 직위와 재물을 구하고, 존귀하기가 천복(天福)보다 높고 변재와 그 지혜가 세상에서 뛰어나더라도  '들음'이 제일이니라.

 夫求爵位財 尊貴升天福 辯慧世間悍 斯聞爲第一

 제왕도 예로써 맞이해 듣고, 하늘 위의 하늘도 또한 그렇다. '들음'이 으뜸이 되어 가장 부(富)하고 힘이 세다.

 帝王聘禮聞 天上天亦然 聞爲第一藏 最富旅力强

 지혜로운 사람은 '들음'에 굳세고 도를 좋아하는 자도 또한 그렇다. 왕도 마음을 다해 섬기며 비록 제석, 범천이라도 또한 그렇다.

 智者爲聞屈 好道者亦樂 王者盡心事 雖釋梵亦然

 선인도 '들음'을 공경하거늘 하물며 귀하거나 부자들이랴. 그러므로 지혜를 귀하게 여기나니 예배할 것은 이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仙人常敬聞 황貴巨富人 是以慧爲貴 可禮無過是

 해를 섬기는 것은 밝음이 되기 때문이고, 어버이를 섬기는 것은 은혜를 위해서이고, 임금을 섬기는 것은 힘 때문이다. 들음 때문에 도인(道人)을 섬긴다.

 事日爲明故 事父爲恩故 事君以力故 聞故事道人

 사람은 목숨 때문에 의사를 섬기고, 승부를 위해 호걸의 강함에 의지한다. 법은 지혜 있는 곳에 있으니 복을 행하면 세세생생이 밝다.

 人爲命事醫 欲勝依豪强 法在智慧處 福行世世明

 벗을 찾는 것은 도모하기 위함이요. 벗을 떠나는 것은 급할 때며, 아내를 살피는 것은 방의 즐거움에 있기 때문이니 지혜를 알려면 설명하는 데 있다.

 察友在爲謀 別伴在急時 觀妻在房樂 欲知智在說

 '들음'은 현세의 이익이 되나니 처자와 형제와 벗이 후세의 복을 이루나 '들음'을 쌓으면 성인의 지혜가 된다.

 聞爲今世利 妻子昆弟友 亦致後世福 積聞成聖智

 그것은 근심과 성냄을 흩어 버리고, 상서롭지 못한 것을 없애나니 안온하고 좋은 일을 얻으려면 많이 들은 이를 섬겨야 한다.

 是能散憂에 亦除不祥衰 欲得安隱吉 當事多聞者

 베여서 다치는 것보다 걱정이 더한 것이 없고 화살을 쏘는 것보다 어리석음이 더한 것이 없다. 장사라도 빼지 못하니 오직 많이 들음으로써 제거할 수 있다.

 斫創無過憂 射箭無過愚 是壯莫能拔 唯從多聞除

 장님이 이를 따라 눈을 얻으며, 어두움은 이로 말미암아 밝아진다. 이것은 세상 사람을 인도하나니 눈있는 자가 없는 자를 이끄는 것과 같다.

 盲從是得眼 闇者從得燭 亦導世間人 如目將無目

 그러므로 어리석음 버려야 하며 교만, 권세, 부자의 즐거움을 떠나 배우기에 힘써 '들은 이'를 섬기면 그것을 일러 '덕을 쌓는다' 하느니라.

 是故可捨癡 離慢豪富樂 務學事聞者 是名積聚德

 

 



좋은인연

 

 

 경주 남산 칠불암

 편집부

 

 들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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