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zine 월간 좋은인연 불기 2551(2007)년 12월호 Vol.7,No.83. Date of Issue 1 Dec ISSN:1599-337X 

 

 

 

 

 

 

 

 

 길

범수

 하나의 대상에 대한 판단이나 견해는 보는 방법이나 관찰자의 입장에 따라 차이가 난다. 똑 같은 사물이나 현상일지라도 그에 대한 평가나 견해는 사람 수만큼 다양할 것이다. 이것은 대부분 그 외적인 쓰임이나 형상에 따른 차이는 차지하더라도 근본적인 성질에 대한 견해마저 다른데서도 기인한다. 예를 들어 금비녀가 있다고 하자. 보통 '성질'이나 '모양' 또는 '쓰임'이라는 입장에서 이를 이용하고 평가할 것이다. 여기서 성질은 체(體)라고 하는데 그것은 그 자체의 성질을 말하는 것으로 금비녀에서 금은 체(體)이다. 그리고 작용(用)은 머리카락을 묶어 고정하는 것이며, 모양(相)은 비녀의 형태이다. 그래서 금비녀에 대한 다양한 견해는 개별적인 취향뿐만 아니라 체와 상과 용이라는 입장에 따라 여러 형태로 논해질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을 두고 이야기한다면 우리의 체는 불성이며, 용은 자비이며, 상은 원만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모르면 욕망을 체성으로 삼고, 이기적인 경쟁을 작용으로 삼고, 외형을 모습으로 삼을 것이다. 이와같이 세상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을 같은 방식으로 분류해 논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지향하는 바는 결국 깨달음인데 불교에서는 전 우주를 우리의 인식범위속에 넣어서 고찰한다. 이는 우주 즉 일체만유(一切萬有)에 관한 문제를 논하는 것으로 이론철학(智目)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해탈을 논하는 것을 실존철학(行足)이라고 한다. 여기서 불교의 이론철학은 합리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바른 수행을 통해 깨달음에 이르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관념적인 온갖 희론을 배제하는 것이다.
 <전유경>의 독화살 비유에 따르면 "만동자는 혼자 편안하고 고요한 곳에서 연좌하고 사색하다가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세상은 영원한가. 영원하지 않은가. 세상은 끝이 있는가. 끝이 없는가. 목숨이 곧 몸인가. 목숨과 몸은 다른가. 여래는 마침이 있는가. 마침이 없는가. 여래는 마침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 여래는 마침이 있지도 않고 마침이 없지도 않는가."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런 종류의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無記)으로 답변하셨다. 그것은 사변적이고 실제에 있어서 유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형이상학적인 문제보다는 직접 실천할 것을 보여 주셨는데, 그것은 해행(解行)이라고 간단하게 말한다.
 해행이란 지혜와 수행을 아울러서 하는 말로, 보고 듣고 배워 익혀서 가르침에 대해 알고 이를 바탕으로 가르침을 직접 실천하여 체득하는 것이다.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고 실천수행하는 것으로 이 둘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이다. 그래서 새의 양 날개와 같다고 하는데, 이것은 신(우상)을 믿는 종교에서 구원을 바라며 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탄이나 숭배하는 것과 다르다. 불교에서는 개인의 직접적인 구제는 본인에게 달려있는 것으로 가르친다. 그래서 진리에 따른 가르침에 의거한 직접적인 실천을 요구하는 것이다. 목마를 때 직접 물을 마셔야만 갈증이 풀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가끔 "불교는 어렵다."고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죽고 사는 것이 본인의 문제인데, 누가 대신 할 수 있는가. 결국 행복이나 불행 모두 자신과 관련해 일어나 자신이 그 영향을 받는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인정한다면 부지런히 노력(精進)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부처님께서는 유훈 가운데 하나로 게으르지(不放逸者. 卽防範於惡事, 專注於善法之精神作用. 可用於對治放逸) 말라고 하셨다. 쉽게 얘기하면 이 세상에 거저 이뤄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공짜는 없다고나 할까. 그런데도 좀더 쉬운 방법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 무엇이 대신 해 줄 것인가.  이 세상에 그런 것이 있기나 한지... 그리고 현재에 충실해야 한다고 하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다음' 또는 '나중'이라고 한다. 우스개소리로 다음은 인터넷에나 있다. 현재에 있는 자신은 지금 이 자리에 존재 할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다음이 있을까. 그렇다면 현재의 자신이 다음에도 있단 말인가. 설사 그렇다고 치자 그러면 다음 어디쯤에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나아가고 물러섬에 대해서 이다. 도인은 시절인연을 본다지만, 아직 변화의 시종(始終)에도 밝지 못하기에 성인의 가르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증일아함경>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제자가 부처님께 여쭈웠다. 부처님, 세상 사람 가운데 어떤 이는 성공하고 어떤 이는 실패합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고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은 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에 온 힘을 바친다." 결국 시절인연과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는 말이다.
 필자가 즐겨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 알고 인정해라. 그래야만 불필요한 노력을 줄일 수 있다."인데, 요즘 무엇을 못하는지 또 하나 안 것 같다. 그래서 원(願)을 하나 세웠다. 생각만 하다가 때 늦은 후회를 하지 않기 위해서 이다. 그러나 필자가 하자는 일은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세속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역행하는 일임에 분명하다. 그러므로 만약 편안함을 추구한다면 장애가 조금 있지만 현재의 자리만 잘 보전하면 된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라는 물음에 다다르면 분명한 답을 찾기 어렵다.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염려하고 말리지만, 처음 삭발했을 때의 신념을 따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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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행 - (解行者 智解與修行之竝稱. 指由見聞學習而知解敎理, 進而實踐躬行所知解之敎理. 了解佛道之眞理(智解)與觀心修行之實踐行, 乃是相因相資, 稱爲解行相應, 解行具足, 開解立行等. 解與行, 譬若鳥之雙翼, 車之兩輪, 具有缺一不可之關係 ; 亦卽依解而起行, 依行而實解. 解與行皆爲學道之法, 故又分別稱爲解學, 行學. 於解行相修之法中, 又分 : (一)解行俱圓之相修, 係依一念三千之敎, 發起一念三千之解, 而復依此解以爲一念三千之行. (二)解圓行漸之相修, 係不堪發一念三千之解, 卽還修小乘之行, 而入於實相之理.)

 

 

 

 우리 반 아이들

장남지

 한 아이가 푸른 하늘을 보며
노래는 즐겁다가 있다며 휘파람을 분다

소는 음머음머 하듯이
고래는 목에목에 한다며 비쭉하게 빈 칸을 채운다

가끔은 싫다며 소리치며 달려와
내 손을 꼭 잡는다

하교길
빼꼼히 교실 문을 열어 나를 빤히 쳐다본다

행여 말로 전하지 못해도
투덜투덜 그 아이의 눈이 나를 부른다

이렇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스카우트

강승재

 2007년은 광주의 해였다. 화려한 휴가를 필두로 광주 관련 영화들의 제작속보가 이어졌다. 1980년 5.18의 수많은 투사와 시민들은 그 목적이 무엇이었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속적으로 상기되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인다. 스카우트 또한 그 때의 광주 이야기다. 좀 다른 점은 5.18자체를 소재로 한다기 보단 그것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1980년. 휴가를 준비하던 대학 야구부 직원 호창에게 미션이 떨어진다. 라이벌 대학에 3연패의 치욕을 떨쳐 버리기 위해,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광주일고 3학년 선동열을 스카웃 해오라고 명받은 것. 그로 인해 광주로 급 파견된 호창. 경쟁 대학의 방해공작속에  선동열 대신 그가 만난 건 7년 전 헤어진 연인 세영. 이소룡이 죽던 날 갑자기 이별을 선고하고 사라졌던 세영은 7년 만에 만난 호창을 불편해 하고, 세영을 짝사랑하는 동네 주먹 곤태는 호창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선동열의 부모는 꿈쩍도 하지 않고, 선동열이 경쟁대학으로 스카웃 됐다는 소문에 서울은 발칵 뒤집힌다. 동열이의 얼굴도 아직 보지 못한 호창은 사태가 악화되자, 선동열만 스카웃하면 서울로 바로 올라가겠다는 조건하에 곤태를 끌어들여 선동열 보쌈작전까지 펼치고, 끝없는 스카웃 경쟁속에 7년전 세영과의 헤어진 이유의 비밀이 밝혀진다.
 스카우트는 YMCA야구단, 광식이 동생 광태의 감독인 김현석 감독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작들과 비슷한 코미디의 양상으로 간다. 그러나 그 형태와 함의들은 좀 더 성숙해진 느낌을 준다. 이 영화의 힘은 이야기에 있다. MK픽쳐스 심재명 대표의 말처럼 감독은 정말 타고난 이야기꾼의 재주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야기의 플롯이 탄탄하다 보니 자연스레 코미디에는 힘이 붙는다. 이는 요 몇 년간 한국영화에서 무수히 쏟아져 나온 C급 코미디물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준다.
 광주라는 역사의 인식은 이 영화에서는 주변부에만 머문다. 영화가 내세우는 선동열 스카웃이라는 카피와는 달리 주 스토리는 호창과 세영의 러브라인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그 배경에 광주가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가볍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할 수 있으나 다른 코미디 장면들과 대조되는 좀 심각한 장면들에서 광주라는 주제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역설한다. 김현석 감독은 꽤 오래전부터 활동한 시나리오 작가다. 군대가기 전에 쓴 ‘사랑하기 좋은 날’의 시나리오는 바로 영화화되었고 그 후 이은 감독의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도 김감독의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공모전의 평가위원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는 만큼 영화의 이야기는 빈틈이 거의 없다.
 감독은 야구광이다. 월드 베이스볼을 보려고 미국까지 갔다 올 만큼 야구를 사랑한다. 그런 만큼 그의 필모그라피에도 야구라는 매체가 많이 등장한다. 어느덧 야구는 감독을 드러내는 하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야구와 광주 그리고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무리 없는 이야기로 구성한 감독. 김현석 감독의 다음 야구는 과연 어떤 상황과 결합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좋은인연

 

 

 대구 팔공산 동화사 염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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