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zine 월간 좋은인연 불기 2551(2007)년 6월호 Vol.7,No.77. Date of Issue 1 Jun ISSN:1599-337X 

 

 

 

 

 

 

 

 

 풀 한 포기의 단상

범수

  “대구의 대기 오염도가 다른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때 지난 신문 기사를 접하고는 사찰 건물 옥상에 올라가 산을 바라봤다. 작년까지는 골이 깊은 절에 있었으므로 ‘공해’에 대해 별로 신경 쓸 일이 없었다. 그런데 대구 가운데서도 대기오염도가 심한 네 곳 중, 한 곳에 있다보니 산사가 그리울 때가 많다. 그래서일까 “옥상에다 어떤 식으로 정원을 꾸미지” 하며 하루에도 머릿속으로 설계도를 수십 장씩 그리는데, 그럴 때면 지난 기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도량(道場) 내의 묵은 밭에다 “뭘 심어 볼까.”라는 가당찮은 생각을 하다가 감자를 심었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심어야 한다.’는 신념까지 보탰으니, 몸이 온전한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 해보지도 않고 미리 알음알이로 계산해서 스스로 포기하는 것을 경계하는데다, 일찍이 공자께서 역부족을 걱정해 중간에 그만두는 것을 ‘획(畵)’이라고 했으니, 이미 시작한 일을 그만 둘 수도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심을 줄만 알지 가꿀 줄은 모른다는 것이었다. 막상 온갖 폼은 다 잡았지만, 씨알을 굵게 하기 위해 꽃을 따주는 것도 몰랐으니, 완전 무대포(無大砲) 그 자체였다. 그래도 하지(夏至)에 이르러서는 신도들과 함께 감자를 캐게 됐는데, 농담조로 “이거 농협에 전화해서 트럭 몇 대 불러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자 같이 일하던 어느 신도분이 “감자야 고맙다.”고 하지 않는가. 말의 뜻인즉 ‘말만 농사꾼인 손에서 이렇게나마 커준 것이 고맙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모두 박장대소를 하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수행자와 농사와의 관계는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단순히 소득만을 위한 노동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수행을 게을리 할까봐 경계하는 말로써 본분에 충실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자연의 이치인 인연(緣起)관계를 살핌으로써 수행에 도움을 삼고자 하는 뜻까지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농작물을 관리한다는 것은 전문 농사꾼이 아니라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이 힘들어서라기보다 서툴러서도 그렇고 수확하려면 참을 줄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용빼는 재주가 있더라도 씨앗을 뿌리자 말자 열매를 거둘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세상의 모든 존재나 현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거나 저절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공간의 모든 존재들은 시절인연(時節因緣)에 따라 변해 갈 수 밖에 없는데, 그 과정 속에 있는 우리 역시 우주의 여러 현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결코 우리가 정해 놓은 관념적인 시간에 따라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한편 이러한 사실을 농사라는 방법으로 투영해 알아간다는 것은 고단한 일인지 모른다. 하기야 바닷물을 다 마셔봐야 짜다는 것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명석하지 못하기에 수고로움을 감수해서라도 우주와 함께하는 자신을 알아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도시 한 복판에 버려진 듯 자라는 한 포기의 잡초라도 온 우주가 동참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장남지

 햇살이 물이
금방 무엇의 싹이 되지는 않는다

꽃줄기 그 잎이
갑자기 그렇게 향을 뿜지 않는다

돌과 돌도
끊임없이 흐르고 흘러 한참 후에야 둥그렇다

내 손 내 마음도
쓰고 닦아도 당장 나의 내가 되지는 못한다

그래도 오늘은
변함없이

 

 

 

 스파이더맨3

강승재

 모든 시리즈는 진화한다. 하지만 늘 강조 당하듯이 원편보다 나은 속편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주 가끔씩 원편을 뛰어넘는 속편이 나오기도 하는데 에일리언 시리즈와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에일리언은 매 편 감독이 틀려서 각자의 색깔을 내는데 반해 스파이더맨은 샘 레이미라는 감독 혼자서 매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5월 1일에 전 세계 동시개봉을 시작으로 스파이더맨3의 흥행 돌풍이 이어졌다.

 3편의 주인공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는 걱정이 없다. 스파이더맨은 뉴욕시민의 친구가 되어 전과 같이 악덕 언론의 질타도 받지 않으며 공로상까지 수상한다. 그리고 여자친구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와의 사이도 아주 원만하다. 원만한 스파이더맨의 일상이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위기는 평화 속에서 오는 법. 피터는 자신의 모든 원만한 상황에 휩싸여 자만을 하게 되고 메리제인은 자신이 일하던 극단에서 해고당한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은 외계에서 온 심비오트라는 생물에게 감염되고 더 강해진 블랙슈트 스파이더맨으로 태어나 자신의 힘을 맘껏 과시한다.

  한 편,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뉴 고블린(제임스 프랑코)'이 된 해리와 물리 실험에 노출되어 능력을 얻게 된 피터의 삼촌을 죽인 진범 '샌드맨(토마스 헤이든 처치)'은 호시탐탐 스파이더맨을 노리고! 직장 동료인 에디 브록(토퍼 그레이스)이 심비오트에 감염되어 베놈이라는 괴물로 탄생한다. 혼자서 세 명의 악당과 싸워야 하는 스파이더맨, 거기에 자신의 생활도 지켜야 하는 진퇴양난에 놓이게 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가지는 강점은 이것이 단순한 액션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주인공 피터 파커의 성장영화라는 점에 있다. 피터는 친구와의 갈등과 메리제인과의 사랑, 그리고 스파이더맨으로써의 책임감과 번뇌 등을 고민하며 매 시리즈마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효과에 의해 스파이더맨은 여타 히어로물과는 달리 소시민적인 영웅상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 모으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스파이더맨2가 받았던 완벽한 속편이라는 칭호에 비해 스파이더맨3은 평단으로부터 외면 받았다. 그것은 너무 많은 캐릭터, 너무 많은 주제에 따른 이야기의 과부하가 문제가 되었던 탓이다. 하지만 스파이더맨3의 모든 이야기는 ‘용서’라는 모토로 펼쳐진다. 거기에서 모든 인물들은 서로를 용서하고 그에 따라 피터는 또 한번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 많은 이야기들을 한 작품에 많은 무리 없이 묶어낸 감독의 역량은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헐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의 신호탄이 된 스파이더맨3. 개봉 중에 우리나라 극장 스크린의 반에 해당하는 817개의 스크린을 확보하여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 일은 한국영화의 위기와도 맞물려 더욱 큰 우려를 자아냈는데 현재 쿼터 축소와 한국 영화계의 어려움 때문이 주된 원인이었다. 앞으로 개봉될 여름 블록버스터들. 이제 개봉될 질 좋은 한국영화들이 소나기 같은 블록버스터 속에서 꾸준히 관객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래본다.

 

 

受持
讀誦

 

 백유경

편집부

(九三)老母捉熊喩
昔有一老母在樹下臥熊欲來搏。爾時老母?樹走避。熊尋後逐一手抱樹欲捉老母。老母得急卽時合樹捺熊兩手。熊不得動更有異人來至其所。老母語言。汝共我捉殺分其肉。時彼人者信老母語。卽時共捉旣捉之已老母卽便捨熊而走。其人後爲熊所困。如是愚人爲世所笑。凡夫之人亦復如是。作諸異論旣不善好。文辭繁重多有諸病。竟不成訖便捨終亡。後人捉之欲爲解釋。不達其意。反爲其困。如彼愚人代他捉熊反自被害

93. 곰에게 붙잡힌 노파의 꾀
  어떤 노파가 나무 밑에 누워 있었다. 그때 곰이 와서 그 노파를 치려 하자, 그는 큰 나무 주위를 빙빙 돌며 달아났다. 곰은 곧 뒤 쫓아와 한 손으로 나무를 붙들고 한 손으로는 노파를 잡으려 했다. 노파는 급한 마음에  나무에다 곰의 두 손을 한꺼번에 눌러 버렸다. 곰은 꼼짝하지 못했다. 그때 마침 다른 사람이 그곳에 왔다. 노파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함께 이 놈을 잡아서 고기를 나누자.” 그는 노파의 말을 믿고 곰을 붙잡았다. 그러자 노파는 곰을 버리고 달아나고 그 사람은 결국 곰에게 곤욕을 당했다. 그리하여 그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도 그와 같다. 온갖 다른 학설을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은 일인데, 그 문장까지 번거로우며 또 여러 가지 병폐가 많아 완성치 못하고 목숨을 마친다. 간혹 뒷사람들 가운데서도 어리석은 자는 그것을 붙들고 해석하려 하나 그 뜻을 알지 못하고 도리어 고생만 한다.  이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남을 대신해 곰은 붙잡았다가, 도리어 스스로 해를 입은 것과 같다.

 

(九四)摩尼水竇喩
昔有一人。與他婦通。交通未竟夫從外來。卽便覺之住於門外。伺其出時便欲殺害。婦語人言。我夫已覺。更無出處。唯有摩尼可以得出(摩尼者齊云水竇孔也)。欲令其人從水竇出。其人錯解謂摩尼珠。所在求覓。而不知處。卽作是言。不見摩尼珠我終不去。須臾之間爲其所殺。凡夫之人亦復如是。有人語
言。生死之中無常苦空無我離斷常二邊。處於中道。於此中過可得解脫。凡夫錯解便求世界有邊無邊及以衆生有我無我。竟不能觀中道之理。忽然命終爲於無常之所殺害墮三惡道。如彼愚人推求摩尼爲他所害

94.  마니구멍의 비유
 
어떤 사람이 남의 아내와 정을 통하고 있었다. 일을 마치기도 전에 마침 남편이 밖에서 오다가 이 사실을 알고는 그 사내를 죽이려고 문밖에서 기다렸다. 부인은 그 사내에게 말했다. “우리 남편이 이미 알고 있어서 따로 나갈 때가 없습니다. 오직 저 ‘마니(수채구멍)’로만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 ‘마니’를 ‘마니주(摩尼珠)’로 잘못 알고는 마니주를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마니주를 찾지 못하면 나는 결코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그만 그 남편에게 붙잡혀 죽고 말았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어떤 사람이 말했다. “나고 죽는 동안은 언제나 덧없음과 괴로움과 공(空)과 ‘나’ 없음이 있다. 거기서 있다, 없다의 두 가지 치우친 견해를 떠나서 중도(中道)에 살면서 그것을 지나야만 해탈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범부들은 이 말을 잘못 해석해 ‘세계는 한정이 있는가 한정이 없는가, 중생은 나가 있는가 나가 없는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중도의 이치를 보지 못하고 덧없이 죽어,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진다. 그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마니’를 찾다가 남에게 붙잡혀 죽는 것과 같다.

 



좋은인연

 

 

 전북 김제 개암사

 편집부

 

 풀 한 포기의 단상

 범수

 

 오늘도

 장남지

 

 스파이더맨3

 강승재

 

 백유경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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