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좋은인연

web zine 월간 좋은인연 불기 2550(2006)년 11월호 Vol.6,No.70. Date of Issue 1 Nov ISSN:1599-337X

공허한 논의

범수

<처처경>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어린 제자가 스승과 함께 길을 가다가, 땅에 금덩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는 슬그머니 주웠다. 그런 뒤 스승에게 "빨리 가사이다. 여기는 무인지경이라 퍽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라 하자 "네가 금덩이를 가졌기 때문에 무서운 생각이 드는 것이니, 그 금덩이를 버려라. 그러면 다시는 무서울 것이 없을 것이다." 제자가 금덩이를 버리고 나서 "제가 어리석어 아는 것이 없어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금덩이를 버렸더니, 이제는 무서운 생각이 안 일어납니다." 고하였다. 이와 같은 이야기 뒤 깨달음 구하길 금덩이를 탐함과 같이 한다면, 어찌 도를 못 얻겠느냐며 부지런히 정진하길 말하고 있다. 이런 류의 가르침은 경전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게으름의 뜻인 해태나 방일 등과 노력을 뜻하는 정진의 차이를 간략하게 보자.

(懈怠: 爲勤之對稱. 卽指懶惰之狀態. 除意謂不積極修善行之精神作用外, 竝有積極行惡之含義. 云何懈怠於善惡品修斷事中, 懶惰爲性, 能障精進, 增染爲業. 謂懈怠者滋長染, 故於諸染事而策勤者, 亦名懈怠.)
(放逸: 放縱欲望而不精勤修習諸善之精神狀態. 俱舍宗謂放逸係與一切染汚心(不善心與有覆無記心)相應而起之心所)

<선생자경>에 “배부르면 배부르다고 일하지 않음이요.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일하지 않음이요. 추우면 춥다고 일하지 않음이요. 더우면 덥다고 일하지 않음이요. 새벽이면 새벽이다고 일하지 않음이요. 저녁이면 저녁이라고 일하지 않음이다. 이런 까닭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으로써 얻지 못한 재물은 계속 얻지 못하고, 이미 얻은 재물은 소비하여 과거의 저축까지 탕진하고 만다"고하였다. 그리고 정진(精進)이란 부지런히 좋은 일을 행하는 것이라고 한다(謂勇猛勤策進修諸善法；亦卽依佛敎敎義, 於修善斷惡, 去染轉淨之修行過程中, 不懈怠地努力上進. 蓋精進爲修道之根本.) 이러한 정진을 <대지도론>에서는 신정진과 심정진(身精進與心精進)으로 나눠 설명하는데, 먼저 신정진(精進雖爲心數法, 然由身力而出, 故稱身精進)이란 베품과 좋은습관(如行布施, 持戒是爲身精進)이며, 심정진이란 인욕과, 선정, 지혜라 (而修忍辱, 禪定, 智慧是爲心精進)하였다. 또는 복덕을 위한 정진을 신정진이라 하고 지혜를 위한 정진을 심정진이라고도 한다.(爲福德之精進爲身精進, 爲智慧之精進爲心精進等.)
우리는 매일 같이 어떤 식이든지 원을 세우고 그에 따른 노력(정진)을 할 것이다. 그러면 불교에서 말하는 원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불타가 되고자 하는 맹세(願作佛心)와 중생을 교화하고자 하는 맹세(度衆生心)로써, 어떤 원이든지 이 둘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원작도생(願作度生)이라고 하는데, '원을 세우고 정진한다'는 것은 결국 깨달음으로 귀착되는 것이다. 그러나 깨달음에 대한 해석이나 이해 그리고 표현과 접근 방식에 따른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교리의 변천을 담은 교리사나 수행론이 존재하지만, 깨달음에 대한 개념 파악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물론 언설과 사려를 떠나 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래도 모르고 저래도 모른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며, 뒷짐 지거나 입을 닫아 버리거나 고함 치거나 주먹을 휘두른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러므로 잘 시설된 법문으로 '깨달음'에 대한 바른 접근이나 이해를 돕는 것이 필요로 하다. 이를 조도(助道: 四念住, 四正斷等三十七種道品, 能資助止觀, 故稱助道. 又能資助果德, 及諸行互爲資助, 故稱助道.)라고 하며 그 내용은 일반적으로 37조도품, 삼십칠도품, 삼십칠보리분 등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면 그 가운데 팔정도와 깨달음에 대한 관계가 어떠한지 <대반열반경>을 통해 간략히 보자.

三十七道品 卽爲追求智慧, 進入涅槃境界之三十七種修行方法. 又稱三十七覺支, 三十七菩提分, 循此三十七法而修, 卽可次第趨於菩提, 故稱爲菩提分法. 三十七道品可分七科如下：
(一)四念處, 又作四念住. (1)身念處, 卽觀此色身皆是不淨. (2)受念處, 觀苦樂等感受悉皆是苦. (3)心念處, 觀此識心念念生滅, 更無常住. (4)法念處, 觀諸法因緣生, 無自主自在之性, 是爲諸法無我.
(二)四正勤, 又作四正斷. (1)已生惡令永斷. (2)未生惡令不生. (3)未生善令生. (4)已生善令增長.
(三)四如意足, 又作四神足. (1)欲如意足, 希慕所修之法能如願滿足. (2)精進如意足, 於所修之法, 專注一心, 無有間雜, 而能如願滿足. (3)念如意足, 於所修之法, 記憶不忘, 如願滿足. (4)思惟如意足, 心思所修之法, 不令忘失, 如願滿足.
(四)五根, 根, 卽能生之意, 此五根能生一切善法. (1)信根, 篤信正道及助道法, 則能生出一切無漏禪定解脫. (2)精進根, 修於正法, 無間無雜. (3)念根, 乃於正法記憶不忘. (4)定根, 攝心不散, 一心寂定, 是爲定根. (5)慧根, 對於諸法觀照明了, 是爲慧根.
(五)五力, 力卽力用, 能破惡成善. (1)信力, 信根增長, 能破諸疑惑. (2)精進力, 精進根增長, 能破身心懈怠. (3)念力, 念根增長, 能破諸邪念, 成就出世正念功德. (4)定力, 定根增長, 能破諸亂想, 發諸禪定. (5)慧力, 慧根增長, 能遮止三界見思之惑.
(六)七覺分, 又作七覺支, 七覺意. (1)擇法覺分, 能揀擇諸法之眞僞. (2)精進覺分, 修諸道法, 無有間雜. (3)喜覺分, 契悟眞法, 心得歡喜. (4)除覺分, 能斷除諸見煩惱. (5)捨覺分, 能捨離所見念著之境. (6)定覺分, 能覺了所發之禪定. (7)念覺分, 能思惟所修之道法.
(七)八正道, 又作八聖道, 八道諦. (1)正見, 能見眞理. (2)正思惟, 心無邪念. (3)正語, 言無虛妄. (4)正業, 住於淸淨善業. (5)正命, 依法乞食活命. (6)正精進, 修諸道行, 能無間雜. (7)正念, 能專心憶念善法. (8)正定, 身心寂靜, 正住眞空之理.

아래의 내용은 부처님의 마지막 직제라고 알려진 편력행자 스밧다(須跋陀羅)가 부처님의 열반에 즈음하여 여쭈웠던 것이다. “ 부처님. 세상에는 사문, 바라문으로서 모임이나 교단을 가지거나 혹은 교단의 스승으로 알려지고 명성도 있으며, 교조(敎祖)로 불려지는 매우 존경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사옵니다. 예를 들면 푸라나 카사파, 막카리 고살라, 아지타 케사캄발린, 파쿠다 카차야나, 신자야 벨라티풋타, 니간타 나타풋타 등이 있사온데, 이런 이들은 모두 스스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그러니 어느 누구도 깨닫지 못한 것이옵니까. 아니면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깨달았고, 그 밖의 어떤 사람들은 깨닫지 못한 것이옵니까” 이에 대해 세존께서는 “그만두어라, 스밧다여. 그렇게 ‘모두 스스로 진리를 깨달았다고 말한다던가, 혹은 누구도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던가, 아니면 그들 가운데 어떤 이는 깨닫고 그 밖의 어떤 이는 깨닫지 못했다고 말하지 말라, 스밧다여. 그와 같은 것을 알아서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그런 것보다 훨씬 중요한 진리가 있느니라. 그 진리를 지금부터 너에게 설하고자 하느니라. 그것을 잘 듣고 마음에 새겨 두어라.”, “알았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스밧다여. 법(法)과 율(律)을 설한다 해도 그 가운데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八聖道)이라는 실천 덕목이 보이지 않으면, 그런 가르침을 사문(本當沙門)은 추구할 수 없느니라. 반대로 스밧다여 설하는 법(法)과 율(律) 가운데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라는 실천 덕목을 볼 수 있으면, 그 가르침 가운데에 사문은 추구할 수 있느니라. 그리고 스밧다여. 내가 설한 법과 율에 따라 수행하면, 여덟 가지 성스러운 길이라는 실천 덕목을 얻을 수 있으므로, 그곳에는 사문이 있느니라. 스밧다여. 내용이 없는 공허한 논의따위는 사문에게는 무관한 것이니라."

<大般涅槃經> 대정장 권1 pp02下~pp02上 "略...瞿曇。欲有所問。唯願聽許。佛言。善哉善哉。須跋陀羅。恣汝所問。須跋陀羅卽問佛言。今者世間沙門婆羅門外道六師。富蘭那迦葉。末伽利拘?梨子。刪?夜毘羅視子。阿耆多?舍欽婆羅。迦羅鳩[馬*太]迦?延。尼?陀若提子等。各各自說。是一切智。以餘學者。名爲邪見。言其所行。是解脫道。說他行者。是生死因。互相是非。云何而得知其虛實。何師應得沙
門之稱。何師定是解脫之因。爾時如來卽答之曰。善哉善哉。須跋陀羅。乃能問我如此之義。諦聽諦聽。吾爲汝說。須跋陀羅。諸法之中若不見有八聖道法。當知無有一沙門名。二及三四。亦復不有。旣無沙門。亦無解脫。解脫旣無。非一切種智。須跋陀羅。若諸法中。有八聖道法。當知必有四沙門名。有沙門名。則有解脫。旣有解脫。是一切種智。須跋陀羅。唯我法中。有八聖道。有四沙門名。是解脫道。是一切種智。彼諸外道。...略"

"탐욕의 불꽃을 소멸하면 부족함이 없을 것이고, 성냄의 불꽃을 소멸하면 자비심이 흐를 것이며
애욕의 불꽃을 소멸하면 안락세계 현현할 것이고, 번뇌의 불꽃을 소멸하면 부처님이 나타날 것이다."

라디오 스타

조혜숙

영화 라디오 스타를 한마디로 얘기하면 한물간 철없는 락스타와 그의 매니저 사이의 가슴 훈훈한 이야기이다. 반전도 스릴도 없이 그저 그냥 우리네 사는 모습이 나오는 평범한 이야기인데, 라디오스타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고, 숨이 고르게 쉬어짐을 느끼게 된다. 아마 우리네 맘속의 따뜻한 감성이 번져 나오기 때문 인가보다.
	88년도 가수왕까지 올랐던 왕년의 스타지만 지금은 한적한 카페촌에서 노래하는 신세인 락가수 최곤(박중훈)과 그의 매니저인 박민수(안성기)가 우여곡절 끝에 강원도 영월의 라디오 DJ를 맡게 된다. 비록 옛날이라 해도 한때는 최고의 스타가 지금 지역이 너무 작아 통폐합까지 준비하고 있는 영월의 작은 방송국에서 라디오 DJ를 맡는다는 건 너무나 자존심 상하는 최곤이, 엉망으로 그야말로 대충대충 시작한 방송이 차츰 지역 주민들의 호응을 얻는 과정을 웃음과 감동으로 그려내고 있다.
방송이라는 개념을 떠나 라디오만이 가질 수 있는 청취자와의 친밀감으로 너무나 인간적이게 접근한 최곤의 '오후의 희망곡'은 영월의 지역방송에서 전국방송이 된다. 최곤은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차차 과거에서 벗어나와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고 자신을 재정비하게 된다. 현재 맥스무비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별점순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지금도 입소문으로 많은 관객이 들고 있다. 라디오 스타의 가수 최곤인 박중훈은 이 영화에서 . 무언가 불만 섞인 듯 짜증스런 표정에 때로는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고, 싸움도 해댄다. 그리고 매니저 박민수인 안성기는 얼굴에 온통 주름을 잔뜩 지우면서 싱겁을 떨고 심각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내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고 행복해지기 까지 한 건 이 시나리오의 완성도도 있겠지만, 배우들의 진실한 연기가 관객을 몰입시키게 한 탓이 아닐까 생각했다. 더구나 이 영화의 포인트는 주연 못지 않는 조연의 눈부심이다. 그중 강원도 영월의 유일한 록밴드인 이스트리버(노브레인)의 좀 모자라는 듯한 연기는 그들 말처럼 다큐멘터리 연기법이고 백미 중의 백미였다. 노브레인의 말은 "이준익감독이 영화를 찍자고 했을 때 몰래카메라를 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감히 박중훈 선배와 안성기 선생님이 나오는 영화에 같이 찍자고 하니 믿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사실임을 알고는 너무 감격하여 무조건 승낙했습니다"고 한다. 배우나 감독의 인터뷰에서 알려진대로 이 영화는 시나리오작가가 가져온 한 장짜리 시놉시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박중훈과 안성기를 염두에 두고 이준익감독에게 맡겨 완성되어진 영화인 셈이다. 작은 시작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이 영화의 재밌는 점은 감독 자신이 중국집 주방장으로 두 씬이나 출연했고, 또한 꽃집총각은 미술감독을, 꽃집총각의 프로포즈를 받는 농협직원은 총무과과장을, 철물점 박사장은 조명기사를 맡게 하여 어쩌면 우리와 더 가까운 영화를 만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영화를 보고 나와 영화 속의 노래를 흥얼거리게 한 여운있는 영화를 보았다.

속눈썹

장남지

산들바람 들이려 나란나란 발 드리우고
고운 햇빛 쬐이려 팔할은 꽃잎이다.

수줍은 네웃음은 속눈썹을 닮았고
부처님 마음은 그 사이로 빛난다.

세상눈물 닦으려 속눈썹이 까맣고 모진비마저
가리려 속눈썹이 길었다.

선암사와 맺은 인연

성하순

선암사! "나는 이 절과 무슨 인연으로 관음전에 앉아 불교교양대학 강좌를 듣고 있을까." 얼마 전까지도 만약에 내가 종교를 갖는다면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선택할 것이라 마음 먹고 있었기에 내가 절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도 신기하다. 어떤 스님의 강의 내용 중에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고 하셨다. "그럼 내가 선암사에서 불교교양강좌를 듣게 된 원인은 뭘까"
초등학교 시절 선암사는 단골 소풍지였다. 봄이나 가을에 소풍갈 마땅한 장소가 없으면 선암사였다. 6년 동안 거의 매년 선암사로 소풍을 가다보니 정말 싫었다. 그 당시 선암사는 깊은 산 중에 위치하고 있어 두 시간 남짓 땀을 뻘뻘 흘려야만 오를 수 있는 힘든 절이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40여년이 지날 때 까지 한 번도 찾지 않을 정도였는데 이것이 인연이……. 또, 어떤 스님은 우리의 만남은 필연이라고 하셨다. 필연!
지난 8월 16일 2박 3일로 설악산 봉정암을 다녀왔다. 우연히 친구가 전화로 “너 봉정암 갈래” 라고 물었을 때 나는 봉정암이 있는 대청봉을 떠올리며 “설악산... 좋지.”라고 대답했었다. 처음부터 관점이 달랐다. 그저 설악산을 가나보다 생각 없이 등산장비만 챙겨 따라 나섰다. 신행이라는 용어 자체를 모르기에 산행을 잘못 표기했나 보다 여기고 대절된 차에 몸을 실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오세암.
저녁예불을 드리기 위해 법당에 모였는데 예식 자체가 처음이라 낯설고 어리둥절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절을 하면 따라 절을 하고 일어나는 기척이 들리면 따라 일어서고 엉거주춤 흉내는 낼 수 있었지만, 입으로 하는 것은 도저히 따라 할 수가 없었다. 친구가 책을 한 권 펼쳐 주었다.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조건 따라 읽었다. 밖에는 주룩주룩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에이, 비가 오면 내일 대청봉에 못 오르잖아. 왜 비가 오는 거야" 망상에 잠긴 채 입으로만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예불이 끝나고 그 절의 총무스님 법문을 듣고 나서야 겨우 잠자리에 들 수 있었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가 새벽예불 시간이 되었다. 아침 공양을 한 후 오세암에서 제공하는 주먹밥을 하나씩 받아들고 봉정암으로 향했다.
비옷을 입고 배낭을 메고 봉정암 오르는 길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오르락내리락 숨이 턱까지 찬다하여 붙여진 '깔딱 고개'를 몇 개 넘어 겨우겨우 도착하였다.

봉정암은 오세암보다 규모가 크고 깔끔하게 잘 단장되어 있었다. 짐을 풀어 놓고 친구와 함께 대청봉을 향해 올라갔다. 대청봉은 운무에 싸여 자기의 본 모습은 보여 주지 않았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봉정암에 되돌아왔다. 몸단장을 깔끔하게 한 후 저녁예불을 위해 법당으로 갔다.

"어, 이상하다 부처님이 안 계시네" 봉정암은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어서 불상이 없단다. 창문 너머 진신사리를 향해 절을 했다. 어제 오세암에서는 관세음보살만 외더니 여기서는 석가모니불만 외는 것이다. 이상하였다. 예불이 끝나고 주지 스님의 법문이 1시간가량 이어졌다.
봉정암은 매일 철야 기도를 하는 도량이므로 잠을 자지 않는 절이고 하셨다. “오늘 온 신도들도 오늘 하루는 잠잘 생각은 말고 철야기도에 참석해라.”고 하셨다. 그리고 절을 할 때는 부처님께 달라고만 하지 말고 부처님 뜻대로 하십시오. 라고 해야 한다고 일러 주셨다. 그런데 낮에 대청봉까지 산행을 하였던지라 다리가 아프고 피곤하여 눕고 싶은 마음뿐이다. 같이 온 친구는 철야기도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는지 법당에 남고 대부분의 신도들은 휴식 시간을 이용해 숙소로 내려갔다. 나도 숙소로 내려와 잠깐 누워 있는 다는 것이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한참을 자다가 놀라 깨어 보니 숙소는 텅 비어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언제 불자더냐 잠이나 자자." 다시 눈을 감았다. 얼마쯤 지났는지 모르지만 눈을 떠 보니 여기 저기 잠을 자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그 때까지도 나와 같이 온 친구는 숙소에 없었다. 슬그머니 옷을 차려 입고 법당으로 올라갔다. 오전1시쯤 되었는데도 스님과 서른 명 남짓한 신도들은 경을 읽고 있는 것이었다. 어디를 읽고 있는지 몰라 귀를 쫑긋 기울이며 눈으로 찾기를 몇 분이 지났을까, 신기하게 문장이 귀에 들려왔다. “사마라 하리나야 구로구로 갈마 사다야 사다야 도로도로 미연제 마하…….”
의미도 모르면서 따라 읽어 내려갔다. 어느덧 새벽예불 시간이 되었다. 잠자러 갔던 신도들이 다시 돌아와 법당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성불하십시오.”
기도를 마치고 수렴계곡으로 내려와 2박 3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을 떠날 때는 단지 등산을 목적으로 나섰는데 돌아올 때는 가슴 속에 인연의 씨앗을 담고 왔나 보다. 그 씨앗이 지금 이곳 선암사에서 인연을 맺으려 한다. "부처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한의학에 대한 이해

박수완

세계는 점차 고령화 사회로 변화되어 가고 있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웰빙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의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 가고 있고 서양의학에서도 한방치료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의학에 대하여 올바른 이해를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비록 아직은 한의학을 배우고 있는 학생이라 한의학의 무궁무진하고 오묘한 세계를 제대로 알고 체험하진 못했지만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우고 익힌 부분에 대해서 만이라도 힘이 닿는 데까지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한의학 자체를 논하기 이전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는 양의학, 즉 생의학에 대해 얘기하면서 그와 다른 한의학의 모습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우선 오늘날 의학으로 개념 지워지는 생의학에 대해 간단히 의사학적으로 고찰해 보겠습니다. 의가 시작된 것은 이미 원초적 인간의 자기보존의 본능발현에서였습니다. 이러한 원시적 의학은 6세기의 전환점을 맞아 점차 건강과 질병의 본질을 해석하려는 고대의학으로 발전해 나갑니다. 중세에 의학은 다른 과학 분야와 더불어 거의 발달이 없었으나 현대적 의미에서 의료는 상당한 발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종교의학으로 개념화될 수 있습니다. 16,7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의학이 생의학으로 발달될 수 있는 틀이 마련되었으며 18세기에는 특히 생물체의 특성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습니다.
18세기 이후 의학은 신체의 구조와 기능의 정상과 비정상을 물리학, 화학, 생물학적 이해에 근간을 두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오늘날의 생의학으로 개념 지워지게 됩니다. 20세기 접어들면서 개체의 구조와 기능의 정상과 비정상에 관한 지식과 기술이 급격히 발달합니다. 생의학적 접근으로 여러 질환의 예방 또는 기타 많은 질환에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시간이 갈수록 이러한 접근법에 대한 한계점이 많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생의학적 모델에서는 유기체, 즉 치료대상 인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므로 건강이상 원인에 대해서는 유전적 요소, 세균 물리적 또는 화학적 작인과 같은 물질적, 자연적 원인만 제시됩니다. 그러나 최근의 질병들은 일차적으로 환경적 영향과 행동적 요소 등에 의해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가 급변하고 시대가 변하면서 알코올중독, 어린이 행동이상, 마약습성, 불면, 비만 등 구조와 기능이상의 생의학적 접근으로서는 치료에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는 병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느끼면서 오늘날 제창되고 있는 의학모델이 정신신체사회의학입니다. 이 모델에서는 개체의 건강과 질병문제에 있어 생물학적 수준뿐만 아니라 사회심리적, 행동적 요소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이렇게 생의학은 오늘날 한계점으로 지적되는 많은 부분들을 극복하기 위해 변화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데 그 궁극적 변화의 방향이 바로 한의학적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인체에 질병이 발생하면 그것 하나만을 들여다보지 않고 전체를 바라보고 자연과 조화되는 방향으로 치료합니다.
한의학은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양의학에 상대되는 개념만을 가진 의학이 아닙니다. 이미 수천년 전부터 태동되어 그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음으로써 일제강점기에 한의학에 대한 극심한 탄압을 받으면서도 지금까지 굳건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민족의 의학이며 그 자체가 철학입니다. 물론 그동안 그렇게 콧대 높고 자기들이 최고인줄만 알던 현대 서양의학이 자신들의 한계를 깨닫고 또 다른 모습으로 변화해 가려고 노력하듯이 한의학도 현재에만 안주하지 말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세계화에 앞장서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는 있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은 질병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는 병의 뿌리를 보는 거시적 시각의 의학이며, 사람을 사랑하는 의학이며, 또한 철학이므로 생의학적 측면에서 부족한 점을 개선은 하되 가장 한의학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한의학의 우수성을 계승 발전시켜 나간다면 한의학이 세계인의 의료건강을 책임지는 날이 반드시 올 것으로 믿습니다. (終) - 대구한의대학교 한의예과

受持
讀誦

백유경

편집부

百喩經卷第四　　尊者僧伽斯那撰
　　　　蕭齊天竺三藏求那毘地譯
口誦乘船法而不解用喩　夫婦食병共爲要喩　共相怨害喩　效其祖先急速食喩嘗菴婆羅果喩　爲二婦故喪其兩目喩　唵米決口喩　詐言馬死喩　出家凡夫貪利養喩駝瓮俱失喩　田夫思王女喩　구驢乳喩　與兒期早行喩　爲王負机喩　倒灌喩　爲熊所齧喩比種田喩　미후喩　月蝕打狗喩　婦女患眼痛喩　父取兒耳?喩　劫盜分財喩　미후把豆喩得金鼠狼喩　地得金錢喩　貧兒欲與富等財物喩小兒得歡喜丸喩　老母捉熊喩　摩尼水竇喩二합喩　詐稱眼盲喩　爲惡賊所劫失疊喩　小兒得大龜喩

(八一)爲熊所교喩
昔有父子與伴共行。其子入林爲熊所?。爪壞身體。困急出林還至伴邊。父見其子身體傷壞怪問之言。汝今何故被此瘡害。子報父言。有一種物。身毛[身*유][담-炎+參]來毁害我。父執弓箭往到林間。見一仙人。毛髮深長。便欲射之。傍人語言。何故射之。此人無害當治有過。世間愚人亦復如是。爲彼雖著法服無道行者之所罵辱。而濫害良善有德之人。喩如彼父熊傷其子而[打-丁+王]加神仙

81. 선인(仙人)을 보고 활을 쏜 아버지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길을 가게 되었다. 아들이 숲에 들어갔다가 곰을 만났다. 아들은 곰 발톱에 몸을 다쳐서는 급히 숲을 빠져 나와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몸이 몹시 상한 아들을 보고 물었다. “너는 어째서 그런 상처를 입었느냐” 아들은 대답하였다. “몸의 털이 긴 어떤 동물이 나를 해쳤습니다.” 아버지는 곧 활을 가지고 숲으로 갔다. 그리고는 털이 긴 어떤 선인(仙人)을 보고는 다짜고짜 활을 쏘려 하였다. 이 때 옆 사람이 물었다.“왜 그를 쏘려 하십니까 저 사람은 아무 해가 없습니다." 그러자 그는 "허물이 있으면 다스려야 합니다.”고 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비록 그가 법복을 입고 무도한 자에게 모욕을 당하였다 하더라도, 함부로 선량하고 덕이 있는 사람을 해치면, 그것은 곰이 그 아들을 해쳤다 하여 아버지가 억울한 선인을 해치려 하는 것과 같다.

(八二)比種田喩
昔有野人。來至田里。見好麥苗生長鬱茂。問麥主言。云何能令是麥茂好。其主答言。平治其地。兼加糞水故得如是。彼人卽便依法用之。卽以水糞調和其田下種於地。畏其自脚?地令堅其麥不生。我當坐一床上使人輿之於上散種爾乃好耳。卽使四人人擎一脚至田散種。地堅逾甚爲人嗤笑。恐己二足更增八足。凡夫之人亦復如是。旣修戒田善芽將生。應當師諮受行敎誡。令法芽生。而返違犯。多作諸惡便使戒芽不生。喩如彼人畏其二足倒加其八

82. 두 개의 다리를 여덟 개로 늘린 농부
어떤 농부가 고향에 갔다가 보리 싹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보고는 그 주인에게 물었다. “어떻게 보리를 이렇게 무성하게 키웠는가” 하자 주인은 “땅을 편편하게 고르고 거기에 분뇨와 물을 주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 고 하였다. 이 말을 들은 농부는 곧 그대로 물과 똥을 밭에 주고, 거기에 종자를 부리려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제 발로 땅을 밟아 땅이 딱딱해져서 보리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나는 평상에 앉아 사람을 시켜 메게 하고, 그 위에서 종자를 뿌리는 것이 좋겠다.” 생각한 그는 곧 네 사람을 시켜 한 사람이 평상 다리 하나씩 들게 하고 밭에 가서 종자를 뿌렸다. 그러자 땅은 더욱 단단해졌다. 그는 보리가 나지 않을까 염려되어 두 개의 발을 여덟 개로 늘렸던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그를 비웃었다. 범부도 그와 같다. 이미 계율의 밭을 다루어 장차 좋은 싹이 나게 하려면, 마땅히 스승에게 나아가 묻고 그 훈계를 받아야 하는데, 도리어 그것을 어기고 온갖 악을 많이 지어 계율의 싹이 나지 않게 하니,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두 개의 발을 두려워하여 도리어 여덟 개로 늘린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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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백향주의 '신무' 공연을 봤다. 힘차면서 격하지 않고 활달하면서도 장중했던 그녀의 춤 새가 이번엔 B-boy 그룹 ‘T.I.P’의 브레이크댄스와 함께 어우려져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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