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 zine 월간 좋은인연 불기 2547(2003)년 12월호 Vol.3,No.35. Date of Issue 1 Dec ISSN:1599-337X 

 

 

 

 

 

 

 

 

 

 

 아름다운 당신

범수

 심뇌고중생뇌 심정고중생정(心惱故衆生惱 心淨故衆生淨)  -잡아함권10-

  세상은 각자의 마음에 의하여 인도되는 것으로 마음이 고통스러우면, 불행스럽게 보이겠지만, 즐겁다면 행복스러울 것입니다. 고통과 즐거움 사이에 당신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이것도 놓고 저것도 놓은 자리에 섰을 때 행복과 불행이라는 단순 이분법의 생각에서 벗어 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고통이나 즐거움은 한 때를 지나지 못합니다. 그러니 잃어 버리지 마세요. 울고 웃는 사이에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당신을 말입니다.

 

 

 

 티베여행

 이정숙

2003년 8월 14일 목요일
 
 시가체에서의 하루가 밝았다. 우리는 오늘 세라승원의 '세라정원'을 봐야 하기 때문에 시가체에 있는 '타쉴힌포 사원'을 오래 관람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전8시30분쯤 호텔을 나와 사원으로 향했다. 가장 큰 미륵불을 보기 위해 들어 갓는데, 글쎄 9시30분에 입장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30분정도의 시간이 남아 근처만 둘러보았는데, 너무나 아쉬웠다. 사원은 예쁘고, 상상 밖의 공간들도 많았다. 근데 그것을 놓치고 가려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높이 210m의 불상을 자랑하는 경내로 들어가는 곳에 종이 있었다. 이 종을 치면서 한가지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단 한가지 소원만 빌어야 한다.  난 소원을 빌었다. 그리곤 곧장 나와 단체사진 찍고 라사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나는 자다 깨다 하면서 오는데... 도중에 한 농가에 들렸다. 대문을 여는 순간 소들이 있고, 소 똥이 여기저기 있었다. 그러한 마당을 가로질러 이층에 올라갔다. 이층엔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손님을 접대하는 우리네 거실과 같은 공간과 부엌, 여러 개의 작은 방들로 되어 있었는데, 방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러한 방은 아니었다. 흙 바닥에 나무침대가 놓여있고, 이불가지가 펼쳐져 있었다.
  가이드 언니 말로는 우리가 방문한 집은 잘사는 집인 것 같다고 했다. 주인 할머니가 대접하신 야크버터차와 전통 술을 한모금씩 마셨다. 차는 정말 느끼했다. 그리고 술은 우리의 정종과 비슷한 맛이었다. 집을 나와 라사로 계속 달렸다.
  라사에 가까스로 도착했는데, 라사에서 세라사원 가는 길이 막혔다. 세상에 티벳도 차가 막히다니.... 차가 막힌 이유를 알고 보니, 높은 관리가 와서 통제하느라 막힌다고 했다. 오후4시10분쯤에 세라사원에 도착해 세라정원으로 달렸다.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학습을 하는 스님들의 모습은 웃겼으나,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한 모습이 좋았다. 사진을 이리저리 찍고 가만히 앉아 그들을 보았다. 그 순간 '난 뭐하나!'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라정원>

<타쉴휜포 사원 전경>

<타쉴휜포 사원 대법당>

  토론하는 방식은 누군가가 얘기하면 상대방은 손뼉을 치며, 뭐라고 대꾸하는 듯한 모습을 취한다. 그리고 역할을 서로 번갈아 가며 토론을 계속한다. 세라정원에서 라마승들이 하는 토론을 보지 않았으면 섭섭할 뻔했다.
 우린 사원을 나와 저녁을 먹었다. 저녁은 좀 빨랐다. 다들 점심을 건너뛴 상태라 배가 무지 고팠다. 그래서 다들 맛있게 먹었다. 식사 도중 우린 현지 가이드, 운전사 아저씨에게 감사의 표시로 돈을 걷어 두 분에게 드렸다. 그리고 바코르 광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광장이 아니라 대학교에 들어가는게 아닌가? 진찰도 하구, 약도 팔고, 좀 이상한 곳이었다. 의사가운을 입었지만, 의사 같지가 않았다. 꼭 사기꾼처럼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곳을 나와 또 다른 선물가게로 갔다. 가이드 언니와 경희는 만다라를 샀다. 난 핸드폰줄 3개를 샀다. 개당 20원으로 60원어치를 샀다.
  우리는 호텔로가 방에 짐을 두고, 바코르로 갈 사람들만 모여 바코르 광장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엄청나게 비가 쏟아졌다. 잠시 후 비가 잠잠해 지자 택시를 타고 야크호텔앞으로 갔다. 근데 우리가 탄 택시는 조캉사원앞에 우릴 내려줘서, 우리는다시 걸어서 야크호텔로 갔다. 그곳에 도착한 일행들이 양꼬치 구이를 먹으려고 하길래 나도 먹었다.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그러나 이상한 냄새가 가끔씩 나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었다.
 

난 야크호텔 안 바에서 2004년 달력을 2개를 샀다. 어찌나 뿌듯한지... $9.8  야크호텔은 진정한 배낭객들이 많았다. 일층에 있는 방은 도미토리 형식으로 여러 개의 침대들이 놓여있고, 남녀의 구분이 없었다.
 등산복 파는 곳에 갔다. 일행들이 그곳에 간다고 해서... 그러나 나와 경희는 할 일이 없어 옆 가게에 앉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일행들에게 말하고 갈려고 하는데, 막상 가려니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등산복가게 옆 커피숖에 갔다.
 정호는 카푸치노 커피, 나와 경희는 밀크 티를 시켰다. 그리고 그곳의 낙서장에 글도 남겼다. 그리곤 밤 11시30분쯤에 가게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호텔로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리보다 먼저 호텔로간 사람들이 없는 것이 아닌가... 순간 우린 분한 생각이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했다. 하는 수 없이 로비에 앉아 있었다. 자정이 지난 12시30분쯤에 먼저 간다고 한  일행들이 택시를 타고 들어왔다.  우린 거짓말을 했다. 방금 왔다면서.... 아마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삐진 것을.. 흑~흑~흑~
  생각해 보면 좀 웃기고, 자존심도 상한다. 내가 심통을 낸 사실에... 에구구구.... 잘 모르겠다. 여하튼, 오늘은 아무 일도 없는 듯하면서도 일이 많은 하루인거 같다.  라사에서의 마지막 밤을 재미있게 보내고 싶었는데... 언제 티벳에 또 올 수 있을까?
 아!~~ 티벳.... 내가 왜 여기에 왔지? 잘 모르겠다. 자꾸 물으면 난 대답할 수가 없다. 뭔지는 잘 몰라도 '막연함' 때문일 것이다. 뭔가 모를 막연함, 그리고 뭔가 있을 듯한 느낌. 그리고 '인생의 답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느낌 말이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 난 한국에 있겠지... 한국에.... 현실이 기다리는 곳....
  여행은 항상 사람들을 다르게 만드는 것 같다. 단체라는 것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없었다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그 나름대로 괜찮았다.  오늘 잠깐 야크호텔안에 들어가 배낭족들을 만났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 많은 경험과 친구를 사귀었겠지만... 단체여행도 나름대로 뭔가 좋은 점도 있는거 같다. 그러나 여행은 역시 혼자하는 자유가 있는 여행이 좋은 것 같다. 여행이라는 것이 자유를 찾는 것이니 만큼.....

 2003년 8월 15일 금요일
 아침7시20분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다. 매일 아침마다 약속시간에 늦어 항상 꼴찌였다. 그래서 오늘만은 일찍 나가기로 했다. 6시30분에 일어나 씻고 정리하구, 로비에 도착한 시간은 7시15분...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일등이었다. 20분쯤 지나 언니가 나왔다. 25분쯤 되어서야 사람들이 나왔다. 7시30분쯤엔 모두가 다 모였다. 근데 기사아저씨가 오지 않았다. 8시가 되어도 오지 않았다. 비가 와서 차가 막힌다고 했다. 라사도 출근시간엔 차가 막히는 구나!  8시20분쯤에 호텔을 나와 라사공항으로 향했다. 출발시간은 10시30분. 우리가 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10시10분쯤. 공항은 그야말로 우리나라 시골 버스대합실 같았다. 어찌나 번잡하고, 시끄럽고, 화장실 냄새도 나고, 공항시설은 아주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간신히 짐을 통과시키고, 비행티켓을 받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이젠 정말 티벳을 떠나는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라사에서 성도로 가는 비행기 안이다. 뭐랄까.... 내가 잘 왔나?....뭘 얻고 가나?..... 이 시간들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들이었나..... 티벳은 나에게 무엇을 주었나....그리고 난 무엇을 배우고 가나...... 이제 정말 내일이면 한국에 있을 것이다.  휴~힘들고 재미있고, 아쉬움도 많이 남은 여행이었다. 근데 정말 난 무엇을 얻었나?
 일정이 또 변경되어 처음과 같은 성도에서 출발이다. 그래서 중경으로 가지 않고 성도로 온 것이다. 공항에서 내려 가이드를 만나 '유비, 관우, 장비'를 모신 사당엘 갔다. 사당은 아기자기 하면서도 규모는 컸다. 사당을 보고 난 후 '차를 파는 곳'과 '비단을 파는 곳'에 가서 쇼핑을 했다. 단체 관광이라 그런지 쇼핑장소를 오후 내내 오갔다. 난 돈도 없고, 살 것도 없고 해서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차중에서 하나 탐내는 것이 있긴 했다. 서태후가 즐겨 마셨다는 '난귀인'으로...단맛이 오래도록 입가는 머무는 차였다. 그러나 난 티벳에서 구입한 달력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접었다.
  쇼핑 후 저녁을 먹고 방에 와서 대강 짐 정리를 하고 나자, 잣, 깨 등을 파는 상인이 와서 다시 구경을 하고 나서야 성도의 중심거리인 '왕푸체'에 갈수가 있었다. 왕푸체 거리는 택시를 타고 가야하는 거리였다. 우린 택시 3대에 4명씩 나눠 타고 갔다. 택시비는 15원으로 좀 비쌌다. 그곳은 서울의 명동보다 정리가 잘되어 있었다. 거리는 깨끗하고, 보행자 거리로 조성되어 있었는데, 이 거리를 왔다갔다 하는 관광 목적의 코끼리 차만 다녔다. 그 길을 걷다가 우린 KFC로 갔다. 중국 여행시작후 얼마만의 패스트푸드인가.....넘 맛나게 많이 먹어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 살이 찔까봐 좀 걱정이 되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와서 호텔 앞의 노천술집(우리의 포장마차)에서 맥주를 시켰다. 안주는 혹시 먹고 잘못될까봐 시키지 않고, 다른 가게에서 양꼬치를 사와서 먹었다. 마지막이라 그런지...난 맥주를 몇 잔이나 마셨다. 술을 마시는 중간에 이곳의 어린 두 소녀가 와서 노래 제목이 적힌 종이를 내미는 것이었다. 예쁘게 생긴 아이들이었다. 누군 잘 태어나서 여행하는데, 누구는 잘못 태어나 밤에 이렇게 돌아다니며 노래로 구걸하구.....  우리는 3곡을 부르게 하고 10원을 주었다. 곡 당 2원이었다. 그중 한 아이가 2곡을 다 채워서 10원치 부른다고 했으나.... 우리는 괜찮다면서 돌려보냈다. 뒷모습이 무척 불쌍해 보였다. 저 아이들이 잘 자라야 할텐데.... 예쁘게 말이다.
 우린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좀 아쉬움도 남았지만.... 진짜 한국으로 가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03년 8월 16일 토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9시쯤에 호텔에서 나왔다. 호텔을 나와 '두보초당'에 갔다. 시인 두보가 귀향을 와서 초가를 짓고 살았던 곳이라고 했다. 내가 생각한 우리나라의 3칸짜리 초가집에 비하면 두보가 지은 집은 궁궐같았다.  이 곳을 보고 11시쯤에 나와 공항으로 향했다.
  오전 12시쯤에 공항에 도착해 출국수속을 하고, 오후 2시30분에 중국 성도를 떠나 서울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나고 있다. 물론 아직 서울에 도착하려면 1시간 정도 남았다. 비행기는 오후 6시30분쯤(한국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집에 가서 엄마가 해주신 밥을 먹고 싶은데... 일이 넘 많다. 에구구구..... "학교로 갈 것인가? 아님 집으로 갈 것인가?" 난 집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정호랑 김포공항으로 갔다. 오후 8시30분 비행기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향했다. 9시30분쯤에 도착해서 짐을 찾는데, 아니 이게 뭔가?.... 가방이 뜯어진 것이 아닌가? 티벳에서도 멀쩡한 가방이 다 와서 뜯어지다니.... 아~ 나원 참..... 끝까지 힘들게 하는군.....^^

 

 

 

 그림일기

김경연

 

 

제목: 보길도 일주

 낮에는 너무 뜨거워 아침 먹기 전에 우리가족은 모두 작은 배를 타고 보길도 섬을 한바퀴 돌았다. 파도 때문에 배가 출렁 출렁거렸다. 재밌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가도가도 끝없는 푸른 바다, 파란 수평선, 경치가 너무 아름다웠다. 날씨가 맑아서 저 멀리에 추자도 제주도가 보였다.
 1시간 조금 넘게 걸렸는데 바닷바람이 시원해서 멀미도 안했다. 한번 더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고 싶다.

 

제목: 통리 해수욕장

 예송리로 가려다가 그곳에서는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해서 통리 해수욕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파도타기를 했는데 엄마는 겁이 많아 파도타기를 싫어했다. 그동안 수영장에서 배운 실력을 자랑하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고 5M 정도 튜브 없이 수영을 했다. 아빠는 잘했다고 칭찬하셨다. 언니, 덕현이와 함께 재미있게 모래 놀이도 하였다. 다음에도 그런 시간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부설거사-四虛浮구偈

진선

 

 

四虛浮구偈             -浮雪居士-

妻子眷屬森如竹      거느린 처자권속 삼대밭 같고
金銀玉帛積似邱      쌓여진 금은옥백 산더미 같아도
臨終獨自孤魂逝      임종에 당하여 외로운 혼만 떠나가니
思量也是虛浮구      생각하면 이 또한 허망한 뜬 거품이요,

朝朝役役紅塵路      날마다 힘들여서 살아온 세상 길에
爵位재高已白頭      벼슬길 올랐어도 머리는 백발이라
閻王不파佩金魚      염라대왕은 벼슬과 영화를 두려워 않거니
思量也是虛浮구      생각하면 이 또한 허망한 뜬 거품이요,

錦心繡口風雷舌      재주가 뛰어나서 말로는 요설변재
千首詩經萬戶侯      천 글귀 시를 지어 만호후를 경멸해도
增長多生人我本      다생 겁 아만의 근본만 늘게 하나니
思量也是虛浮구      생각하면 이 또한 허망한 뜬 거품이요,

假使說法如雲雨      가사, 비구름 몰아치듯 설법을 잘 하여
感得天花石點頭      하늘에서 꽃이 내리고 돌멩이 끄덕여도
乾慧未能免生死      마른 지혜로는 생사를 못 면하니
思量也是虛浮구      생각하면 이 또한 허망한 뜬 거품이로다.

* 金魚:     벼슬아치들이 차는 훈패
* 간혜:     實證이 없는 허망한 분별지혜
* 萬戶侯:  지방의 호족이나 왕자제후

 

 

 

 가을낙엽

문옥선

 “왜 왔을까?” 기막힌 넋두리를, “이런 저런 경험들을 하고 가려고 왔지.” 세상을 달관한 사람마냥 기차게 받는다.  가끔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외롭고 지칠 때, 내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서 푸념처럼 던지는, 내 마음을 추스르려는 다짐이다.  “좀더 잘할 수는 없었을까? 그때 이렇게 했었더라면.” 후회와 연민은 쓸쓸한 가을 날을 더욱 황량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말처럼 이런 저런 경험을 하면서 살아나가는 것이 인생이라면, 미래에 어떤 날들이 날 기다리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여도, 지나온 경험들은 내가 살아온 원천이었을 것이다.  이제 그만 세상사의 주역인 희로애락에서 무덤덤해질 때도 되었으련만 아직도 메마른 탄식을 하는 것을 보면 철이 없어서 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철들자 이별이라니, 철없음은 내 살아있음 일 것이다.
 해가 바뀌려니 찾아오는 회한일까, 살아온 날들이 떠올려진다. 경전에 “과거의 내 모습은 현재의 나를 보면 될 것이며, 미래의 내가 궁금하면 그 또한 현재의 내 모습을 보면 된다.”고 했으니, 사는 모양새에 대해 누굴 탓하고 누굴 원망할 수 있을 것인가.  잘살든 못살든 나로 인하여 비롯되었을 것이고 또 내가 감내했어야 할 몫이었다면 그걸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동안의 난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이면 주변을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다.  “옳은 일을 하는데 왜 남과 주변을 의식해야 한단 말인가?”  그런 일들이 꼭 쉽지 않다 해도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지금도 그렇다.  어쩌면, 명분을 내세운 집착일까?  즐거움 속에서도 순간순간 밀려오던 씁쓰레함을, 나보다는 서로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자위(自慰)했었다.  그러나 때론 미적인 거리에서 바라보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다.
 사소한 일, 되묻고 말할 필요도 없으리만치 지극히 평범할 수 있는 일, 평상시라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다.  그러나 일상에서의 일탈은 드문 일이 듯 그렇게 아주 드물지만 상처를 입힐 수도 있는, 그게 나일 수도 남일 수도 있으며 일이 지나간 다음에야 연유를 깨닫게 되는, 하필 그것만은 피했으면 좋았을 그런 일이 될 수도 있다.  
 내가 그랬다. “어디서부터 일까?” 그간 생각지 않았던 의문점들이 넝쿨처럼 헝클어지면서 가닥을 모르게 흔들었다.  “네가 틀린 것이다.” 누군가의 외침이 들리는 듯 했다.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려 해도 어질러진 마음은 쉬 가라앉질 않았다.  
 풀길 없는 허망함을 묻어버린 채 뉘엿뉘엿 지는 해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무심히 떨어지는 가을 낙엽들.  타박타박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  “놓아버리는 일이다.” 가을 날을 수놓는 무언의 법문이었다.
 낙엽이 떨어진 기운들로, 나무는 이듬해의 새잎을 준비한다.  새움이 돋기 위해서는 낙엽은 져야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관심과 탄성도 무심히 뒤로한 채 미련 없이 떠나가는 낙엽들처럼, 때론 내 뜻과는 다른 모습으로 타인에게 비춰진다 하여도 연연하지 않겠다.  가을들녘을 나뒹구는 낙엽들처럼 그런들 어떠리.  새봄에는 새싹을 틔우리라.

 

 

 

 일기

정가을

(4학년) 2000년 9월 18일 제목 : 걸어오기


 내가 학원이 끝나자 집으로 전화하니 엄마께서 아빠께서는 안 계신다고 하자 나는 걸어서 왔다. 나는 저번 3학년 때처럼 뱀을 볼까봐 겁을 잔뜩 먹고 있었다. 정말 앞으로 걸어갈 날이 걱정된다. 길가에 뱀들이 죽어있는 것을 보면 정말 소름이 끼친다. 나는 정말 세상에서 뱀이 가장 무섭고 싫다.  
 뱀은 이 세상에 왜 있을까? 빨리 겨울이 와야지 좋을 텐데....그래야 뱀이 겨울잠을 자서 못 보게 되니까 말이다. 뱀이 겨울잠을 잔다 해도 다리가 아픈데 어쩌지....정말 앞으로 걱정이 참 많다.

 

(4학년) 2000년 10월 7일 제목 : 노래테이프

 
 오늘 방송에서 한글날 노래를 오늘 다 연습을 하라고 하는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노래테이프를 틀어라고 하시는데 책상 위에 나두었던 테이프가 없어진 것이다. 나는 분명히 여기에다가 정리를 해 놓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온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물어보고 찾아보았지만 아무데도 없었다.
 남은 것은 누가 가졌거나 숨겼을 것인데...어휴~~정말 왜 나만 고생일까? 자꾸 한숨이 나온다.  '노래테이프야! 빨리 좀 나와! 나! 그럴 시간 없어!'  자꾸 급하다. 꼭 많이 혼이 날것 같기 때문이다.

 

 

 

 올드보이

조혜숙

  영화 올드보이는 세 사람(감독과 두 배우)의 힘이 더도 덜함도 없이 잘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룬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완벽이라는 말을 감히 쓸 수 있을 만큼 박찬욱감독의 냉정한 연출력과 오대수(최민식)와 이우진(유지태)의 몰입된 연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과연 프로의 세계란 참으로 승화되어지는 것, 그리고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올드보이에는 평범한 중년남자, 과거의 사람, 졸업생, 동창생등등 여러가지 중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영화의 제목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올드보이의 쟝르는 아주 세련되게 만들어진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이미 개봉되어 많은 분들이 보셨을 박감독의 영화인 '복수는 나의 것'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 역시 '복수'를 주제로 다루고 있습니다. 다만 복수는 나의 것에서 보여 주었던 식으로 극으로 치 닫아 너무나 무서워 덜덜 떨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 역시 너무나 기막힌 반전 때문에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게 됩니다.

 딸아이의 생일날 생일선물로 천사의 날개도 사고, 술이 잔뜩 취해 파출소에서 난동도 부리고, 또 자신의 이름인 오대수를 '오늘도 대충 수습하고 살자.'라고 풀며 낄낄거리는 너무나 평범한 남자가 딸의 생일날 공중전화부스 앞에서 행방불명이 됩니다.
 왜 자신이 8평 남짓한 사설 감옥에 아무런 이유도 모르고, 어딘지도 모르고, 얼마나 갇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15년의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먹는건 오로지 군만두 그리고 텔레비젼만이 유일한 외부세계를 알 수 있는 수단, 햇빛 한 뼘 비추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사람으로써 참을 수 없는 극한상황까지 가면서, 서서히 자기가 "왜 갇히게 되었을까?"를 되짚어 생각해보고 막연한 대상에 대한 복수를 생각합니다.
15년이나 감금되었다가 미궁으로 풀려 난 오대수는 모든게 낯 설기만한 현실에서 미도(강혜정)을 만나고 그동안 감금했던 이우진은 5일안에 자기가 '왜! 그랬을까?'에 대한 답을 풀면 "스스로 죽어주겠다."고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스토리의 전개는 미리 알고 보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퍼즐게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한조각씩 붙여질 때 마다 관객도 그 이상밖에는 알지 못하고, 그러다가 서서히 그림이 완성될 때쯤 되어서야  "앗"하고 놀라고 슬프게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참 흐뭇했습니다. "영화를 참 잘 만들었구나." 그리고 아무리 우리 영화가 억지로 짜맞추는 조잡한 수준으로 질이 자꾸만 떨어진다 해도, 이렇게 한번씩 세련되고 매혹적인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감성적이면서도 냉소적인 능력을 갖춘 감독이 있고, 또 그에 부응할 수 있는 열정적인 프로근성을 가진 배우가 있다는 것은, 결코 우리영화의 미래가 어둡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입니다.
 영화 올드보이는 최민식의 영화이기도 하고, 유지태의 영화이기도 할 만큼 어울리고, 거기에 강혜정의 튀지 않는 연기까지 만들어낸 감독의 철저함을 높이 사고 싶은 영화입니다.

 

 

 

 어머니께

김지민

  어머니 쓸까말까? 고민 끝에 어렵게 연필을 듭니다.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다 제 탓이에요. 끝 가지 잘 챙겼어야 하는데....아직도 덤벙거리고 물건 잃어버리는 건 여전하나 봐요. 많이 속상하시죠? 저도 아까워요. 앞으로 전자시계 같은 비싼 물건들은 들고 다닐 때 소중히 여기고 잘 간직할께요. 엄마가 절 혼내시는 소리가 전 정말 무서워요. 그래서 거짓말이라도 하면서 엄마의 화살을 피해 왔어요. 거짓말은 너무나 나쁜 것이라는 것도 알면서요. 엄마의 사랑으로 한 번 봐 주세요. 다음부터는 물건 잃어버리는 일은 없도록 할께요. 화를 참는 것은 어려운 일인 줄 알지만, 화내지 마세요. 저는 엄마의 칭찬이 세상에서 제일 큰 힘이 되고 행복이에요. 엄마 제 마음은 지금 졸아 있고 실수 한 것은 뉘우치고 있어요. 전 항상 엄마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웃어지고 늘 제 편이 되어주어서 저를 자라게 해주어요. 엄마 이 편지로 제 마음이 놓여지고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우리 엄마! 예쁜 딸 예쁘게 봐 주세요. 2003년 11월 27일 딸 지민 올림

 

 

 

 희망이 자라는 열린 학교

장남지

 사과반 최고의 깔끔쟁이, 깜찍한 잠보, 이번 호의 주인공인 박영담 학생입니다. 영담이도 태준이와 같이 경남 혜림 학교에 다니고 있는 중등부 학생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아토피 피부염이 있어서 항상 어딜 다니든 어느 한 곳을 긁으면서 다닙니다. 그래서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많습니다.
 스쿨버스를 탈 땐 항상 할머니와 꼭 나와서 차를 기다립니다. 속눈썹이 길고 애기같이 이쁜 눈을 가진 영담이는 곱슬머리에 할 수 있는 말은 유일한 한 마디, “더~” 입니다. 단어를 가르쳐주려고 한 글자, 한 글자를 말해주면 입 모양은 따라하는 것 같지만, 무엇이 잘못인지 들리는 소리는 “더~”밖에 나오질 않습니다. 하지만 언어적으로든 신체적으로든 조금만 구체적으로 도움을 주면 곧 잘 따라하며, 어느 정도의 말도 알아듣습니다. 하지만 영담이와 같이 공부할 때 영담이는 우리의 말은 알아들어도 영담이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를 우리들이 알아듣기가 어려웠던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습니다

 처음 영담이와 생활을 하고 같이 공부를 하기 시작했을 때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서 수업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만큼 에피소드도 많았습니다. 한 날은 영담이가 수업시간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혹 아이를 읽어버릴까 깜짝 놀라서 따라 달려나갔더니 그리 멀지 않은 구석 한 곳에서 옷을 내리고서는 볼 일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많이 당황했지만, "서로 의사전달이 안되니까, 혼자 많이 참았겠구나" 하는 마음에 너무 미안하기도 했고, 그제서야 영담이가 혼자서 용변을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우리반 학생들 모두는 3시간마다 화장실에 가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한 이틀정도가 지났을 때에는 수업이 끝나고 시간이 되면 같이 가기도 하고, 먼저 화장실로 가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열린 학교가 얼마 지났을 쯤 저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밥을 먹거나 간식을 먹고 나서 이를 닦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기회에 "이 닦기를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겠다" 싶었고 가능하다면, 이번에 습관으로도 만들어주려는 마음에 각 가정에 양치도구를 부탁 드렸습니다. 곧잘 하는 아이들도 있고 양치가 무엇인지 아직 잘 인식하지 못한 듯 보이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후자 쪽에 한 명이 영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사소통도 안되는 데다가 음식과 관련한 것이 아니면, 어디에도 관심이 없어 보였고, 또 수업시간에도 계속 존다든지 해서 좀처럼 이 닦기는 하지 않겠다, 편견을 가진거죠. 하지만 음식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 영담이에게는 이 닦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학생들 외에 혼자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각각 보조교사 선생님들이 도와 이 닦기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영담이에게도 양치도구를 가져오게 해서 칫솔을 들어 치약을 발라주려 하자, 영담이가 선생님에게서 자신의 칫솔을 빼앗더니 스스로 치약을 바르고 이 닦기를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쪽 저쪽을 깨끗이 닦지는 못했지만, 입에 넣은 물로 삼켜버리지도 않고(보통 아이들은 입에 들어간 것은 먹어버리기 때문이죠^^) 잘 뱉어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순간 너무 놀랍고, 영담이가 너무 기특해 보였습니다. 아직 영담이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는 오랜 시간 같이 있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의사소통에는 조금 문제가 있다 해도 조금만 노력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크게 숨을 쉬고 웃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신지체 1급. 평생보호가 필요한 존재, 주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물론 그들과 우리는 아주 많은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도움 없이는 당장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겠죠. 하지만 정말 작은 우리의 관심과 배려가 그들을 사회에 적응시킬 수 있게 하고 서로 다르다는 이유로 그와의 차이점만을 보기보다는 서로 공통점을 더 많이 봐주는 그런 마음 따뜻한 사회 분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사군자

구선화

 

 

 

受持
讀誦

 

 백유경

편집부

 

百喩經卷第一                                                                      尊者僧伽斯那撰
                                                                                                        蕭齊天竺三藏求那毘地譯
愚人食鹽喩 愚人集牛乳喩 以梨打破頭喩 婦詐語稱死喩 渴見水喩 子死欲停置家中喩 認人爲兄喩 山羌偸官庫喩 歎父德行喩 三重樓喩 婆羅門殺子喩 煮黑石蜜漿喩 說人喜瞋喩 殺商主祀天喩 醫與王女藥令卒長大喩 灌甘蔗喩 債半錢喩 就樓磨刀喩 乘船失釪喩 人說王縱暴喩 
婦女欲更求子喩

 (二一)婦女欲更求子喩
往昔世時有婦女人. 始有一子更欲求子問餘婦女. 誰有能使我重有子. 有一老母語此婦言. 我能使爾求子可得. 當須祀天. 問老母言. 祀須何物. 老母語言. 殺汝之子取血祀天必得多子. 時此婦女便隨彼語欲殺其子. 傍有智人嗤笑罵리. 愚癡無智乃至如此. 未生子者竟可得不. 而殺現子. 愚人亦爾爲未生樂自投火坑. 種種害身爲得生天

 
21. 외아들을 죽인 여자

 옛날 어떤 부인이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아들을 낳고 다시 아들을 낳고자 다른 이에게 물었다. "누가 나로 하여금 다시 아들을 두게 하겠는가." 어떤 노파가 말하였다. "내가 능히 아들을 얻게 해 줄 터이니 하늘에 제사를 지내라." 부인이 물었다. "그 제사에는 어떤 물건을 써야 합니까." 노파는 말하였다. "너의 아들을 죽여 그 피로 하늘에 제사드리면 반드시 많은 아들을 얻을 것이다." 부인은 그 노파의 말에 따라 아들을 죽이려 하였다. 지혜로운 사람이 그것을 보고 꾸짖었다. "어찌 그처럼 어리석고 무지한가. 아직 낳지 않은 아이이니, 얻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를 위해 현재의 아들을 죽이려 하는구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아서 아직 나지 않은 즐거움을 위하여 스스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고 갖가지로 몸을 해치면서 천상에 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百喩經卷第二                                                                      尊者僧伽斯那撰
                                                                                                        蕭齊天竺三藏求那毘地譯
 入海取沈水喩 賊盜錦繡用과루褐喩 種熬胡麻子喩 水火喩 人效王眼[目*閏]喩 治鞭瘡喩 爲婦貿鼻喩 貧人燒추褐衣喩  牧羊人喩 雇借瓦師喩 고客偸金喩 斫樹取果喩 送美水喩 寶협鏡喩破五通仙眼喩 殺群牛喩 飮木용水喩 見他人塗舍喩 治禿喩 毘舍도鬼喩

(二二)入海取沈水喩
昔有長者子. 入海取沈水積有年載. 方得一車持來歸家. 詣市賣之以其貴故卒無買者. 經歷多日不能得수. 心生疲厭以爲苦惱. 見人賣炭時得速수. 便生念言. 不如燒之作炭可得速수. 卽燒爲炭詣市賣之. 不得半車炭之價直. 世間愚人亦復如是. 無量方便勤行精進仰求佛果. 以其難得便生退心. 不如發心求聲聞果速斷生死作阿羅漢


22. 물에 젖은 나무로 숯을 만든 사람

옛날 어떤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바닷가에서 여러 해 동안 물에 잠겨 있던 나무를 건져내어 수레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그것을 시장에 내다 팔려고 하였다. 그러나 워낙 귀한 것이라 값이 비쌌기 때문에 얼른 사는 사람이 없었다. 여러 날이 지났으나 팔지 못하여 마음과 몸이 피로하였다. 마침 옆 사람이 숯을 파는데 당장 그 값을 받는 것을 보고는 가만히 생각하였다. "차라리 이것을 태워 숯을 만들어 빨리 그 값을 받는 것이 낫겠다." 그리하여 그것을 태워 숯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러나 반 수레의 숯 값밖에 받지 못하였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도 그와 같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부지런히 정진하여 깨달음을 구하다가 그것을 얻기 어렵다고 하여 곧 물러나서, 차라리 마음을 내어 성문(聲聞)의 결과를 구하여, "빨리 생사를 끊고 아라한이 되는 것보다 못하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진
공간

 

 

편집부

 <경북 영천>

 

 

절기
풍속

 

 납향일, 그믐

편집부

 * 납향일(臘享日)*
 납일(臘日, 동지로부터 세 번째 미일) 여러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날로 '납향(臘享)'이라고 한다.

* 음력 12월 섣달 그믐날 (除夕, 除夜) *
 
새해를 바로 전날인 섣달 그믐날 밤을 제석(除夕), 또는 제야(除夜)라 하며 묵은세배를 올리기도 한다. 또 한 해 동안의 거래를 모두 청산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자정이 지나면, 정월 보름까지는 빚 독촉을 하지 않는 것이 상례였다고 한다.
 수세(守歲), 별세(別歲), '해지킴'이라 하여 제야에 졸거나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하여, 방마다 불을 켜고 밤을 새우는 풍습이 있었는데, 그것은 조왕님(부엌 신)과 관련이 있다.
 조왕님은 섣달 스무나흘날 승천하여 옥황상제(玉皇上帝)에게 집안 사람들의 일년 소행을 낱낱이 고해 바치는데, 그에 따라 선행이 많으면, 응분의 복을, 악행이 많으면 응분의 화(禍)를 받았다. 즉 조왕님의 보고에 따라 한 해의 길흉화복이 정해짐으로 승천한 날부터 조왕단에 `하늘에 오르사 좋은 일만 말해 주십시요(昇天言好事)'라고 써 붙이고는 엿과 술을 차려 승천하는 조왕님에게 받쳤다. 그리고 심판 받는 섣달 그믐 동안은 매사를 조심하였는데, 심지어 도둑들도 이 때 만큼은 휴무를 하는 것이 관습이었다고 한다.

 

 내년은 불기(佛紀) 2548년, 단기(檀君紀元) 4337년인 갑신년(甲申年)입니다. 다음 해 1월호는 원고 대신 신년 연하장(年賀狀)으로 갈음할 예정이오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올 한해 동안 바쁘신 가운데서도 '나눔과 어울림'이라는 마음으로 월간 좋은인연에 원고를 보내주셨던 모든 님, 그리고 구독해주신 모든 분들께 자비광명이 가득하시길 불 보살님전에 발원하며, 다음해에도 좋은인연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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