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보 종교인 칼럼 2007년 1월 15일 >
범수스님 -자신의 복과 화는 스스로 만드는 것-
우리민족은 돼지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게 근래의
일인가 했더니, 노동력이 중요시 되던 농경사회 때부터
돼지는 다복과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옛사람들도 간밤에 돼지꿈을 꾸고 나면
다음날 좋은 일이 생기길 기대했다는 말인데, 예나 지금이나
고된 삶 속에서 소박하고 수수한 행운을 꿈꾸며 하루를
살아가는 자세를 생각하면 처연하면서 한편으로는 경건해진다.
게다가 올해는 사실여부를 떠나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라고 한다. 고해와 같은 삶에 큰 희망을 가져다준다면야,
600년이 아니라 6천년 인들 못 기다리겠는가. 우리민족에게는
새해가 되면 신년운세를 점쳐보는 풍습도 있다. 연초에
일년에 있을 길흉화복을 예측해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절망에
빠진 사람도 희망을 갖게 하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조심스럽게
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우리의
삶을 온전하게 예측하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람마다 성품과
생각이 다르므로, 훌륭한 운수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마음을 어떻게 먹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길흉화복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원효가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다. 불법(佛法)을 공부하기 위해 당나라로 가던
원효가 하루는 동굴에서 잠이 들었다. 그는 잠결에 목이
말라서 그릇에 담긴 물을 마셨다. 다음날 아침, 원효는
그 물그릇이 해골바가지였다는 것을 알고는 역겨움과 괴로움에
몸서리치다가 문득,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즉 온갖 현상은
마음이 지은 바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을 깨달은 원효는
즉시 당으로 가던 발길을 신라로 돌려 자신이 깨달은 것을
사람들에게 가르쳤다. 마음이란 항상 있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으니 있다고 할 수도 없고, 누구나 항상 가지고
있는 것이니 없다고도 할 수 없는 묘한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 ‘묘한 마음’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다룰 수 있고,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가르침은 하나이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받는 복과 화는 자신에 의해 스스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인과(因果)’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마치 물체에 그림자가 따르듯 자신의 행위에 따른 결과를
자신이 돌려받는 다는 말이다. 우리의 삶이 자신에 의해
스스로 창조된다는 중요하고 분명한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쉬운 말로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복을 받고 나쁜
일을 하면 화를 입게 되니, 나쁜 일은 하지 말라는 말이다.
모두가 아는 말이지만, 아무나 하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돼지꿈을 밤마다 꾸고, 좋은 운수를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쁜 마음을 먹고 나쁜 일들을 한다면 그 사람은 불행해
질 수밖에 없다. 복과 화가 자신에 의해 결정되고 행복과
평화가 내 안에 있다는 것. 그것을 알고 실천할 때에 우리는
더욱 넉넉하고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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